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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33

그해, 여름 손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난 해 여름, 내 트위터 타임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원작 소설 그 해, 여름 손님을 읽다. ⠀ 실용서적들을 읽다가 감정의 결을 따르는 책을 읽노라니, 쉽지는 않았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 영화를 통해, 이 사랑의 결말은 알고 있었지만, 주인공의 내면과 아름다운 여름 날의 풍경 묘사는 책이 더 좋았다. ⠀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엘리오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지만, 소설은 그 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소년은 평생 그 여름 날의 사랑을 잊지 않는다. ⠀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충고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빠르게 치유되는 것을 거부한다. 가슴이 닳아 버리게 두지 않는 것이다. 어떤 부모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 세심함. 관대함. 솔직함이.. 2020. 3. 10.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무라카미류 휴가 때 읽을 요량으로 구매했는데 워낙 분량도 작고, 내용도 무겁지 않아 휴가 시작 전 다 읽었다. ⠀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별로였다. 간만에 별로인 책을 만난듯 ㅎ. 쇼핑, 특히 옷 쇼핑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는데, 본인의 패션 취향 또는 철학에 대해 고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여기저기서 셔츠를 ‘구매’한 이야기만 하니 통 재미가 없었다. 축구선수 나카타 이야기는 왜 이리 자주 나오던지. ⠀ 차라리 후반부의 몇몇 나라에 머물면서 겪은 이야기들 (서울 명동에 머물며 먹은 음식이야기나, 호텔이야기 등)이 재미있었다. ⠀ 이 책 읽고 있는데 영 별로 라는 내 말에 “그럼 읽지 마. 나도 전에 함소아에서 손오공 책 읽다가 재미 없어서 안 읽었어.” 하는 아들의 조언을 들은 것이 이 책을 .. 2020. 3. 10.
시골카페에서 경영을 찾다, 다카이 나오유키 책제목에 이끌려 출간 때부터 읽어 봐야지 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대여하여 읽었다. ⠀ 일본의 시골에서 시작한 사자커피 (sazacoffee)가 어떻게 일본의 전국민이 아는 유명한 커피 체인이 되었는지, 그 경영의 비결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 일본 작은 시골에 매장 하나를 가지고 있는 커피가게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농장을 인수하여 커피를 공급받는 등 상상하지 못한 시도를 하고, 경매를 통해 엄청나게 비싼 원두를 낙찰받아 손해를 보면서까지 커피를 판매하는 그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 나름 업계 주변부에 있어서 그런지 이러한 시도들이 이제는 많이들 하는 것들이라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커피에 대한 진정성이었다. 사업의 시작부터 50년이 지난 커.. 2020. 3. 10.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휴가에서 일상으로, 무리 없는 복귀를 위해 선택한 책. 잡지에 연재된 글을 묶은 것이라 그런지 가벼운 읽을 거리 정도의 느낌 두 구절 정도 기억에 남는다 1. 이런 저런 해석이나 분석 없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볼 수 있기에 여행자를 꿈꾼다. 2. 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을 정면으로 바라 보는데 여행의 목적이 있다. 2019년 여름 읽다. 2020. 3. 10.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분량은 많지 않지만, 많은 것을 느꼈던 책. ⠀ 보통 책의 편집자는 저자 뒤에 숨어 보이지 않지만, 저자 #미노와고스케 는 달랐다. 자신이 만든 책을 판매하기 위해 sns로 홍보하고, 이를 인플루언서가 언급하자 판매가 급증한다. 어떻게 하면 인플루언서들이 내가 만든 책에 대해 이야기하게 할까, 고민하다 “내가 인플루언서가 되면 되잖아.”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 결국 대형서점에 작가가 아닌 편집자 이름을 내건 코너가 만들어질 정도로 저자가 만든 책들은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저자도 유명인이 된다. ⠀ 무모하리만치 열정으로 가득한 저자의 스토리가 흥미롭기도 했고, 참고할만한 아이디어도 많았다. ⠀ 결국 책에 있는 이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되지 않을까. “개체로서 욕망과 편애를 드러내라. 이러쿵 저러쿵.. 2020. 3. 10.
안간힘, 유병록 부모가 되고, 온전히 내게 의지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보듬게 된 이후로,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많이 커졌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아니라면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아픔의 종류가 있는 것 같다. ⠀ 인터넷 서점에서 유병록 시인의 산문집 발간 소식을 접했고, 호기심에 책 내용을 살펴보았다. ⠀ 동아리 활동으로 알게 되어, 오다가다 만나면 반가이 인사했지만, 활동 기간이 겹치진 않아 그리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였다. 시를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했고, 이내 등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락은 나누지 않아도 ‘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안간힘’ 이라는 제목과 있는 힘껏 무엇인가를 밀어내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책에도 밝혔지만, 내가 .. 2020. 3. 10.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최영미 만종으로 가는 KTX안에서 읽은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뚜렷하지 않지만, 좋았던 시들 (속초에서, 선운사에서 등)은 가끔 생각이 난다. 한 권의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도 있고. ⠀ 기차안의 한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고, 참 시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든 굉장히 대중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시들이라는 생각이다. ⠀ 시인은 어느 덧 서른을 지나,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나이 듦에도 여전히 성(性)적 특성과 욕망을 지닌 화자이다. (시적 화자가 곧 시인은 아니지만) 그저 나이든 중성으로서, 뜨거웠던 지난 날을 회고하는 것이 아닌 여전히 이성을 사랑하고 욕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최승자.. 2020. 3. 10.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출간 전부터 판교 테크노 밸리 직장인의 애환을 잘 그려 냈다는 평을 받으며,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로 화제가 된 ‘일의 기쁨과 슬픔’을 표제작으로 한 소설집. ⠀ ‘이런 것까지 이야기하면 정말 치사하게 보일 텐데, 이런 걸 꼭 이야기 해야 하나.’ 하는 상황의 연속에 처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결혼식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덧셈과 뺄셈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눈치 없는 동기 언니 때문에 울화가 터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 은 직장생활에서 한 번 쯤은 들어보거나, 경험해 보았을 것 같은 불합리함이 서글픔과 유쾌함이 조화되어 그려진다. ⠀ 이어지는 작품들도 어느 것 하나 아쉬운 것이 없었다. ⠀ 행간의 밀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책을 내려 놓고 .. 2020. 3. 9.
걷는 사람, 하정우 별 기대없이 집어들었는데 재미도 있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이례적으로 하룻저녁에 다 읽은 책 ㅎ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인지라 첫 시작 5분의 중요성을 알고 시작하자 마자 ‘하대갈’로 뻥 터뜨린다. 무모하지만 그 무모함이 천성적인 부지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그가 벌인 일들의 수습과정이 유쾌하게 다가온다. 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 아침상을 차리는 김에 일하는 아주머니 식사상도 차리곤 한다는 그의 태도는 남자인 내가 봐도 매력적이다. 두 다리의 힘으로 그저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기도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제 나도 걸어야지. 운동해야지.’ 다짐한다. 2019.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