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시작
혼자서 하는 여행을 간절히 원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겠지만 둘 중 한 사람의 부재 시, 한 사람의 행복한 외유는 다른 사람의 돌봄 노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휴직하면 일주일 정도 여행 다녀 와도 될까? 하는 질문에
아내가 흔쾌히 “다녀와”라고 답할 줄은 몰랐다. 카드로 쌓은 대한항공 38만 마일리지가 있었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교토로 목적지를 정했다.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교토, 리얼교토, 함께 걷는 건축 여행, 일본 간사이로 가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3,4권) 등
책을 빌리고, 일본어도 모르면서 3월말 발간된 일본 잡지 프리미엄 ‘교토’를 구매해서 틈틈이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 저자
- 홍유진, 오원호
- 출판
- 길벗
- 출판일
- 2018.07.20
- 저자
- 유홍준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14.11.14
- 저자
- 이다혜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19.03.30
ISFJ 의 여행법
점점 극한의 J형으로 치닫고 있어서, 빈틈 없는 계획이 필요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내게 주어진,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들과 짧지 않은 일주일의 여행 기간,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들로 국내여행처럼 분단위의 계획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오전/오후 정도의 대략적인 계획만 세우고 출발했다.
가장 긴 일주일
수년간 지낸 일주일 중 가장 긴 일주일이었다. 휴직을 한 후 당혹스러웠던 점이 생각보다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잠깐 쉬다보면 점심 시간, 점심 먹으면 아이들이 하교하면 곧 저녁 시간 그 사이클이 너무 빨랐다.
지난 일주일은 그렇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시간이었다.
삶은 여행
삶을 여행에 많이 비유한다. 새삼스레 그 비유에 공감했다.
나의 모든 여행에서 그랬던 것처럼 계획대로 움직이고 싶었지만, 낯선 언어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길을 찾으며 벌어지는 실수, 시간이 엇갈리며 일어나는 일정의 변경에 자책하다가 문득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는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실수는 좋은 기회라는 사실
삶에 있어서도 한 두번 틀어지는 계획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새롭게 출발하면 되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 그저 꾸준하게 걸어가면 된다. 어긋났던 일정으로 예상 외의 멋진 장소도 발견하고,
좋은 구도의 사진도 찍을 수 있었던 이번 여행처럼.
나를 대하는 방법
경계해야 할 것은 혼자인 나를 너무 다그치거나 몰아세우지 않는 것. 얼마 전 읽었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의 구절을 떠올린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 단점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스마트 워치를 확인해보니 일주일간 14만보를 걸었다. 녹초가 된 저녁 숙소에서 반신욕으로 고생한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의 힘으로 다음 날도 부지런히 걸을 수 있었다.
여행의 결론?
(결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일을 하는 것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이런 순간을 위한 것 아닐까? 회사 열심히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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