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and Only5 유서작성 연습 '아들에게' 무려 15년 전, 대학교 과제로 작성했던 아들에게 전하는 유서. 지금 읽어 봐도 그 때와 크게 달라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근데 '적지 않은 재산이라니... 저 자신감은 뭐지? ㅎㅎ' 아들에게 세상에 태어난 지 80년 남짓,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순간이 서서히 눈앞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그간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상들과 소소한 삶의 기록들은 내가 보관하고 있는 5개의 상자 속 백 여권 남짓한 수첩들에 기록되어 있고, 그 내용들을 책 한권 분량으로 정리했으니 소량으로 출간하여 몇 권정도 보관해주었으면 좋겠다. 거기에는 학창시절의 일상부터 너를 기르는 동안의 소회, 직장 생활의 고충 등 내 인생의 모든 단편들이 들어있다. 거리낌 없이 쓴 것이긴 하지만 ‘훗날 누군가 읽어볼지도 모르는 글’이라고 의식하며.. 2021. 1. 21. [아빠일기] 요시타케 신스케, 이게 정말 마음일까? 를 읽으며 (그림책 추천) 일본의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을 읽어보셨는지. 엉뚱발랄, 제약 없는 상상력 때문일까, 유독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편집자의 권유로 40세에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 그는 ‘발상의 천재’ 라고 일컬어지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 셀러가 된다. 며칠 전에 그의 책을 읽어주다가 책에 나온 것처럼 ⠀ “싫은 사람 때문에 뭘해도 신나지 않고, 기분 나빴던 적 있어?” 하고 질문해 보았다. ⠀ 둘 다 당연한 듯이 “아니 없어!” 라고 대답했다. ⠀ “아빠는 없어?” ⠀ 여섯 살 딸이 나에게 되묻는다. 차마 나도 없다며 거짓말 하지는 못하고 한 명이 있었노라고 대답했다. ⠀ “이름이 뭐야?”.. 2020. 8. 10. [아빠일기]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뜬 'XX 대리님' 토요일 오전, 온 가족이 다 함께 차를 타고 나왔다. 모임이 있는 아내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고, 아이들과 과일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 모니터에 뜬 최근 통화목록을 보고 아들이 물어 본다. "아빠, XX대리님~ 아빠 술마시면 데리러 오는 사람이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아빠 술마시면 차 운전하러 오는 사람있잖아, XX대리님이 그 사람이냐고." 순간 얘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하나 잠시 생각하다가 '대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대리기사' 로 밖에는 없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하, 아니, 그건 다른 사람이고, XX대리님은 아빠랑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야." 라고 대답했다. 언제 '대리'라는 말을 기억해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새삼 아이들 앞에서는 언행을 조심해야겠.. 2020. 8. 10. 아들과 모닥불 앞에서 캠핑을 다닌 지 4년째로 접어든다. 캠핑의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다들 그렇겠지만, 나무에 불을 붙여 놓고 멍하니 불을 바라보는 이른바 '불멍'이다. 캠핑의 매력은 겨울 장박(겨울철 1~2개월 텐트를 쳐놓고, 주말마다 다녀가는 캠핑의 형태)이라지만, 겨울 캠핑은 애들도 어리고, 난방 장비도 마련하지 못해서 겨울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펜션이라도 가곤 한다. 그 만큼 '불멍'의 중독성은 강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아이들을 재워 놓고 아내와 둘이 불을 피우거나, 나 혼자 불을 피우곤 했는데, 며칠 전 갔던 인제 여행에서는 아들과 불을 피웠다. 화로대에 장작을 넣고, 타는 나무를 보는 것이 나만큼이나 재미있는지, 아들도 나와 끝까지 같이 있었다. 어느 덧 아홉 살, 녀석이 자라는 만큼 나는 나이 .. 2020. 5. 20. 발톱을 깎으며 식구들 모두 잠든 밤 도둑처럼 손톱깎이를 찾아 발톱을 깎는다. 째깍째깍 소리에 백일된 둘째 아이 깰까 소리를 죽인다. 식탁의자에 급하게 벗어 놓은 내 옷가지가 지쳐 있다. 첫째가 벗어 놓은 옷이 바닥에 널려 있다. 안고 어루만진 아이의 감촉이 그립다. 함께 보낸 시간이 있어야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은 것 새벽에 집을 나가 가족들과 한마디 못나눈 가장의 늦은 퇴근은 이리도 적막하다. 2015년 11월 17일 기록. 2020. 3.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