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눈이 내렸다
한 달 내내 식당에서 뚝배기를 씻어
통장에 수십만 원이 들어왔다
집 나서기 전 안쳐놓은 밥과
김장 김치를 생각하며,
다른 날 같았으면
지나쳤을 분식집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어서오세요
어색하게 가게 아주머니의 인사를 받고
이천 원 하는 참치김밥과
천 원 하는 그냥 김밥을 두고 고민하다가
천 원짜리 한 장 내고 나설 수 없어
참치김밥 하나요
찰진 쌀 위에 엉겨 붙은 참치처럼
눈은 길 위에 쌓였다
타고 갈 버스도 더디 올 것이고
집까지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파 몇 조각 떠 있는 된장 국물 삼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7번 버스 한대가 사람들 태우고 떠난다
기다려야 하는 이십분과
김밥 한 줄 이천 원은 사치라는 생각에
목이 막혔다
김밥 맛 잊을세라 물 한 모금 삼켰다
2005.11.22 01:07 전체공개
싸이월드 게시판에 올렸던 글.
친구 대구라가 있는 양주에 가다가 버스 정류장 김밥 천국에서
김밥을 드시던 아주머니를 보고 시상이 떠올랐다.
항상 모자랐던 하숙생의 정서가 담겨 있는 글.
'짠감성 국대급'이라는 동생의 평가 ㅎㅎ
내가 봐도 거의 함민복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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