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매년 건강 검진 일정을 잡아주고, 검진비용을 제공해준다.
위내시경 검사는 정밀 검진 시 매번 하지만, 대장 내시경은 자주 할 필요도 없고, 한창 어린 나이(?)인 10년전에 불필요하게 했었기에 40대 진입 기념으로 해보았다.
건강 검진 수검 병원에서 택배 상자가 와서 개봉해보니 상자가 있었고, 그 상자를 여니 아래와 같이 무서운 1리터 짜리 물통이 등장했다. 통만 봐도 긴장되는 이 상황. 10년전에 꾸역 꾸역 약탄 물을 마셔가며 속을 비워내던 생각을 하니 참 걱정이 앞섰다.
총 2회분 약이 있어서 2회에 나누어 복용했다. 저녁 9시, 그리고 검진 4시간 전. 물을 마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으나, 역시 뒤이어 찾아오는 신호가 ㅠㅠ.
한 번씩 속을 비워주는 것도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참 이렇게 비우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약을 한 번 더 먹고, 다시 신호를 기다렸다. 몇 차례 화장실 가서 비워주고 회사쪽으로 출근. 혹시 운전하는 중에 신호가 오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내시경 후 운전은 음주 운전과 같다는 안내에 따라 차를 회사 주차장에 두고 대중교통으로 병원으로 갔다.
대장 내시경은 옷부터 달랐다. 엉덩이 뒷 부분이 개방되어 있고, 그 위로 치마처럼 날개가 달려있었다. 다소 굴욕적인 복장;;; 대신 상의도 일반 복장과는 달리 가운처럼 길어서 혹시나 있을 노출의 우려를 덜어주었다. 여러 검사를 마치고 마침 내 수면 내시경 시간. 내시경 실에 들어가 침대를 보니 베개쪽에는 위내시경용 입 개방(?) 고정용 도구와 아래쪽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패드가 있었다. 입에 도구를 문 순간, 늘 그랬듯 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뜨니 이미 상황 종료. 바로 일어날 정신이 없어서 좀 더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 없는 상태에서 용종이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간호사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엉덩이에는 느낌이 없는데, 뱃속이 더부룩하고, 쿡쿡 찔리는 듯한 느낌이 간헐적으로 느껴졌다. 무언가 내려가는 소리 등도 많이 났고. 꿀렁이는 배룰 부여잡고 지하철을 타고 천천히 사무실로 복귀했다. 검진 후 죽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과 불편함이 이어져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해야 했다.
다음 날인 오늘 다행히 컨디션은 정상이다. 하룻저녁 굶은 배고픔 때문인지 몹시 식욕이 동할 뿐.
핸드폰에 찍어 놓은 관장약 사진을 보다가 기록해둔다. 별 일 없는 한 5년 내에는 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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