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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닥스넥타이에 얽힌 추억

by 팬시남 2021. 1. 5.

어떤 물건은 우리를 특정한 장소와 시간으로 데려다준다.

 

어제는 신입사원 때 산 넥타이가 날 그 시간으로 이끌었다.   

지금이라면 사지도, 잘 착용하지도 않을 디자인의 그 넥타이는 이 정도는 괜찮잖아.’ 하고, 10만원 남짓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었다난 이미 어른이었으니까.  

 

 

실크 넥타이의 끝은 반복된 쓸림에 의해 해어져 있었고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불필요한 브랜드 로고 디테일은 빛바랜 채 몇 가닥의 실에 의지한 채 매달려 있었다.

 

그 날처럼 적당히 따뜻한 햇빛이 나를 비추자 순식간에 나는 10년도 더 지난 과거로 빨려 들어갔다.

말끔한 네이비 수트, 검정색 옥스포드 구두, (당연히 속옷은 입지 않은 채로) 화이트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휘날리며 박스를 나르던 신입사원의 나. 지금 같으면 조끼를 입거나 넥타이를 셔츠 사이로 넣었을 텐데 그 때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모르겠다요령없이 일하다가 여기저기서 터졌던 일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따뜻한 사람들.

 

추억이 많나봐?”

 

하는 아내의 말에 깜짝 놀라 아내를 쳐다보았다.

그거 누가 사주었길래 멍하니 그러고 있어?’의 다른 질문이었을까?

 

다행히 이건 선물 받지 않고 내가 산 넥타이였다.

 

글쎄, 다시 또 언제 이 넥타이를 할까 싶지만, 이번에는 버리지 않기로 했다.

어른이 다 되었다고 생각했던 그 때를 기억하게 만들어준 것이 고마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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