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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이토록 독특한 로맨스 영화라니.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by 팬시남 2022. 8. 13.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 또는 치정극

헤어질 결심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을 달구었다. 영화에 적극적이지 않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럴 것 같지 않은 주변 사람들의 n차 관람과 대본집 구매 이야기를 듣고, '대체 어떤 영화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봉한지 한달 반이 넘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에서도 오직 한 군데서만 볼 수 있었다. 퇴근 무렵 오직 한차례만 상영하는 것을 확인하고 드디어 금요일인 어제 관람을 마쳤다.

영화를 보고 나니, 아니 보는 중에 깨달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 영화에 감탄했구나, 이 영화를 다시 볼 수 밖에 없었구나.

 

헤어질 결심의 좋았던 부분

평론가도 아니고, 분석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기에 그저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점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1. 움직이는 회화 작품처럼 아름다웠던 영상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올드보이였다. 너무나도 유명한 대사들도 기억에 남아 있지만 올드보이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계단과 관련한 미장센이다. 너무나도 스타일리시한 연출에 20여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도 새삼스레 박찬욱 감독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배운 변태'라는 표현을 해 놓았던데, 특히 주된 장면이 펼쳐지는 경찰서와 서래의 집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적이 않은 환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낯선 이야기들. 특정한 시점을 알아 차리기 어려운 배경으로 서래라는 여인의 신비로움을 한층 배가 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박정민 배우가 잠깐 등장했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우와 이런 장면까지 이렇게 신경을 썼나' 하는 구도와 배경이 장면이 있었다. 극장에 가서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넷플릭스에 공개되면 다시 확인해 볼 예정이다.

  2. 일상적이지 않은 대사
    일상적이지 않은 말이기에 서래가 내 뱉는 말은 힘을 발휘한다. 가슴에도 박히고 뇌리에도 박혀 오래간다. '마침내' 라는 단어가 주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 "한국에서는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라고 묻는 생경함에 웃으면서도 점점 몰입하는 나를 발견했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하는 굉장히 문어체적인 대사도 이 영화에서는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래가 발화한 순간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할까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3. 두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매력
    무엇보다 이 영화는 두 배우의 매력에 많이 기대고 있는 영화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탕웨이라는 배우, 그리고 순수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능청스러운 구석이 보이는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상당했다.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오가는 그들의 감정과 눈빛에 나도 함께 긴장을 하며 볼 수 밖에 없었다.

N차 관람을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 그리고 애플 제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영화

단순한 로맨스 혹은 치정극이라고 하기에 이 영화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전세계 사람들이 박찬욱이라는 감독에 열광하는 이유겠지만. 장면 장면 아름다운 미장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와 관계들. 이 영화는 다시 보면 무언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게 된다.
애플워치를 비롯한 아이폰으로 이 영화의 많은 이야기가 진행된다. 감독의 개인적인 애플 선호 때문인가 했더니 애플의 협찬을 받았다고. 애플워치를 사야하나, 하는 생각이 ㅎㅎ

무척이나 재미있는 꽉찬 영화

곱씹을 거리가 가득한 꽉찬, 재미난 영화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영화를 통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 오히려 '만날 결심'을 하는 팬들이 만많아질 것 같다.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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