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다닌 지 4년째로 접어든다.
캠핑의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다들 그렇겠지만,
나무에 불을 붙여 놓고 멍하니 불을 바라보는 이른바 '불멍'이다.
캠핑의 매력은 겨울 장박(겨울철 1~2개월 텐트를 쳐놓고, 주말마다 다녀가는 캠핑의 형태)이라지만,
겨울 캠핑은 애들도 어리고, 난방 장비도 마련하지 못해서
겨울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펜션이라도 가곤 한다.
그 만큼 '불멍'의 중독성은 강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아이들을 재워 놓고
아내와 둘이 불을 피우거나, 나 혼자 불을 피우곤 했는데,
며칠 전 갔던 인제 여행에서는 아들과 불을 피웠다.
화로대에 장작을 넣고, 타는 나무를 보는 것이 나만큼이나 재미있는지,
아들도 나와 끝까지 같이 있었다.
어느 덧 아홉 살,
녀석이 자라는 만큼 나는 나이 들어간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같이 나를 빼닮았다고 할 때도
정작 나는 잘 실감을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거울 속의 내 모습과 너무나도 같은 녀석의 모습을 보고
그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즐겁기도 하지만 고달픈 삶의 과정을
나처럼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왜 이리 애틋한 감정이 솟구치는지...
그랬던 작디 작은 아이였는데,
어느 덧 훌쩍 커버렸다.
둘이 앉아서 녀석이 하는 주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행복했다.
이야기하며 웃고, 오직 그 순간을 즐기는 아들을 보며
내가 바랬던 것은 단 하나였던 것 같다.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도
타는 불을 앞에 두고 어색함 없이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조금 더 크면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나의 제안을 거절할 때가 오겠지만,
가끔은 둘이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아들을 대할 수 있기를.
다음 캠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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