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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잡지 생활

by 팬시남 2019. 11. 12.

'잡지라는 업이 위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오래 되었지만, 잡지라는 매체가 주는 힘은 여전하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1~2시간의 휴식을 얻을 수 있고,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감각적인 에디터들의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좋은 책과 음악에 대한 소개도 받을 수 있고, 운이 좋다면 한 동안 뜸했던 사람들의 소식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2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잡지를 통해서 조금은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마침 관심있었던 아이템을 검색해 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잡지라는 단어가 주는, 특히 ‘잡(雜)이라는 어감의 어수선하고, 뒤섞인 느낌, 그리고 숙명적으로 소비되어 잊혀지고 마는 애꿎은 운명때문에 잡지의 가치는 과소 평가 되는 것 같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가 텔레비전과 신문이었던 어린 시절부터 잡지가 그렇게 재미있었다. 세배 올바르게 하는 법이 실려있던, 어느 해 1월의소년중앙부터 뭣 모르고 과학자를 꿈꾸며 읽었던 학생과학, 음악평론가가 되고 싶었던 시절의 sub, 창간부터 관심 갖고 있는 GQ, 모으고 읽는 재미가 있는 매거진B 까지, 난 잡지와 함께 꿈을 꾸고 살았다.

잡지를 읽는 일. 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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