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경이롭다.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들을 내 뱉는 딸,
100% 나 같은 모습인데, 나에게 찾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아들.
여전히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기에 있는 그대로 그들을 보는 것이 참 재미있다.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들 덕분에 매일 프리미어 리그 하이라이트를 챙겨보고, 매주 주말엔 어쩔 수 없이 함께 축구를 한다.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몇 없는 디자인과 사이즈 사이에서 가까스로 축구화를 주문했다. 축구 교실이 있는 수요일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며 얼마나 조바심을 내던지... 다행히 화요일 도착한 축구화를 신고 오늘 축구교실에 참석할 수 있었다.
퇴근 길 수화기 너머로 세 골을 넣었다는 흥분된 목소리가 들렸고(알고보니 4:4 소규모 축구), 집에 도착하니 리버풀이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이겼다며, 하이라이트 보자며 아이패드를 내민다.
자식은, 아니 사람은 자신의 선호와 의지에 따라 커가는 건가보다, 하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드는 요즘.
글을 적다 보니,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축구화를 집어 들었을 때의 묘한 흥분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다.
아주 먼 훗날, 나와는 무척이나 가까우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아들과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박혜란씨 말씀대로 쓸데없이 너무 사랑하지말고, 그냥 사랑하기로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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