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서 국수를 먹었다
늦은 저녁 허기처럼 밀려오는 외로움을 피하고자
부나방처럼 불켜진 이 곳의 문을 열었다
많은 말이 오가진 않았다
주문, 계산, 인사가 고작
중년의 주인 내외도 켜져 있는 티비만 볼 뿐이었다
살얼음 떠있는 달짝지근한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어느 계절이든 싫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이 동네를 떠난 뒤에도
가끔씩 동치미 국물이 생각이 나서 아내와 일년에
두어번 들르곤 했다
얼마만일까
가게 앞의 플라스틱 의자들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문앞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 석자를 쓰고 대기 인원을 썼다
무심히 갈겨쓴 1 이라는 숫자를 보니
황망히 보낸 아내의 자리가 큰 수로 다가온다
혼자서 조용히 먹던 국수집의 고즈넉함도
마주앉아 쓸모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아내도 사라진
이 집을 다시 찾아올 이유가 있을까
유난스레 메밀면이 툭툭 끊어져서
합석하여 마주 앉은 젊은 남자보다 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5월인데
동치미의 살얼음이 차가웠다
* 점심 시간 혼자 찾은 붐비는 국수집에서,
역시 혼자 오신 나이든 아저씨를 보며, 그 분의 입장을 상상하며 써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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