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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하나의 성취

by 팬시남 2020. 6. 4.

2007.12.26 00:36 전체공개

 

"본면접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문학회 송년회에 가기 1시간 전, 컴퓨터를 하다가 졸려서 방바닥에 누웠다. 시간을 맞추려고 핸드폰의 알람설정 버튼을 꾹꾹 누르는 순간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표시가 눈에 띄었다. 아무 생각없이 문자를 확인한 순간! 졸음은 달아났고, 혼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 소식에 가장 기뻐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나 길었던 과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실질적인 구직활동은 4학년 2학기가 시작되는 지난 9월부터지만,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는 20대 초반은 물론 고등학교 때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고민했기에 - 노력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다 - 그러한 고민이 끝나고, 비로소 내 할일을 찾았다는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20대의 지난한 불확실과 불투명의 시간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좋다.
 
9월 중순부터 38개의 기업에 원서를 집어 넣었다. 첫면접의 기대와 긴장도 잠시, 연이은 불합격 통보에 좌절과 상심을 경험해야 했다. 아랫글의 제목을 바꾸어 '광화문의 어느 사무실, 내 자리 하나'로 취업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몇시간 걸려 완성하던 자기 소개서를 몇 번의 클릭으로 완성하던 경지에 다다를 즈음, 완벽하게만 보였던 면접 복장의 넥타이 색에 질려 갈 때 쯤, 한 번의 합격 소식을 들었다.
 
'혹시 안되면...' 이라는 걱정은 해 본적 없지만 '혹시 올 해 안되면...' , '혹시 졸업 전에 안되면...'이라는 걱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에 만족한다. (사실 요 며칠새는 좋아하는 책과 잡지, 마음에 드는 옷과 운동화를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생긴 것에 크게 도취되었던 것 같다. ㅎ)
 
어쨌든 먼저 이 레이스를 통과하여 기다려 준 친구와, 거친 비난으로 나를 채찍질했던 동생, 많은 조언을 해주었던 문학회 형들, 그리고 면접 때 스쳐간 구직자 친구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참, 이런 때가 있었나 싶네.

어느 덧 12년이 지났다. 

풋풋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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