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30 00:28 전체공개
"사랑하니까 괜찮아."
한 달 동안 종각의 학원에 다니면서, 지하철 역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사랑하니까 괜찮아> 광고를 거의 매일 보았다. 임현정의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가 흘러나오고 소년의 목소리로 대책없이 외치는 지현우의 "사랑하니까 괜찮아."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는 꽤나 호소력있게 들린다.
사랑하니까 괜찮아를 풀어보면 '너는 곧 죽지만 짧은 시간만이라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가 되겠지.
하지만 오뎅을 먹는 혜옥의 표정에는 '사랑하니까 괜찮아'보다 '사랑하면 괜찮아.'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원상(박해일)이 혜옥(서영희)이랑 왜 잤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일 이후로 혜옥은 둘만의 미래를 꿈꾸고, 전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원상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원상은 그런 혜옥의 쿨하지 못함이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사랑하면 괜찮아."
더 많이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받는지 확신하지도 못할 때 '사랑하면 괜찮아'라고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면 괜찮아."라고.
이 영화에서 정말 인상 깊은 씬이 하나 더 있었다. 원상이 걸레로 방을 닦고 있을 때 전화를 받는 씬이다.
"뭐해?"
"방 닦어."
웃음과 동시에 놀라움을 느꼈다. 방을 닦는 일상적이고 하찮은 행위를 대사화 했다는 것. 이전의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세심함과 생경함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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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포스터에도 사용되었던 대사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마요. 정 잘 사람 없으면 나랑 자요. 나도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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