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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치악산 비로봉 등반기 (난이도 상, 소요시간 5시간 30분)

by 팬시남 2022. 8. 31.

약 20년만에 치악산 정상 '비로봉'을 등반하기로 마음먹다

 치악산을 종종 가지만 비로봉까지 올라갈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려웠다. 산을 그리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지난 경험들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올라 간 것이 2003년~2005년 쯤이니 무려 20년전이다. 별로 할 일 없었던 나와 친구 둘은 무작정 치악산 비로봉을 오르기로 했다. 당시 나는 에어맥스97을 신고 있었는데 하산과 함께 에어가 터지면서 신발과 이별해야만 했던 기억. 신발은 둘째치고, 그 젊고 쌩쌩한 나이에도 하산 후 며칠간 후유증이 있었다. 정말 힘든 기억이었다. 이러니 다시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할 수 밖에. 

 

 원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치악산 구룡사 정도만 갔지 비로봉까지 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소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고된 산행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먹은 이유는 이곳에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침 아내가 1박2일로 여행을 가고,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 댁에 머물게 되어 일요일 아침 일찍 산에 오르기로 다짐했다. (내게는 다짐씩이나 해야하는 일정이었다)

 

등반 시작 

 아침 5시 30분쯤 일어났다. 아이들은 자고 있고,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치악산으로 차를 몰았다. 부모님 집에서는 약 30분 거리였다. 매표소 입구에 주차할 공간이 없으면 약 1km 떨어진 주차장에 주차해야하기 때문에 가급적 매표소 앞에 주차를 하고 싶었다. 6시 10분쯤 도착했는데, 다행히 주차 공간이 많았다. 

 

일출 시간이 지나 환했지만, 완벽하게 밝지는 않았다. 오가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고, 이른 시간이라 매표소도 문을 열지 않았다. 잰걸음으로 정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게 밝지는 않은 산속
구룡사 입구에서 본 안내문

사실 별다른 준비 없이 온 등산이었다. 난이도 표시가 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짙은 색으로 갈수록 어렵다는 의미였다. 비로봉으로 가는 계곡길이나, 사다리 병창길 모두 어려운 길이었지만 둘 중 사다리병창길이 '매우어려움'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잠깐의 고민을 하다가 '사다리병창길'을 택했다. 매우 어렵다고 하지만 계곡길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른 아침부터 청소하시는 분 (스님은 아니었는데...)

구룡사와 그 앞의 매점을 지나면 작은 다리와 함께 아름다운 계곡이 나온다. 계속 더 걷다 보니 다람쥐도 만날 수 있었다. 구룡사에서 몇 분 더 걷다보니 대곡 공중화장실이 나온다. 옆에는 금강솔빛생태학습원이라는 곳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초등학교 6학년때 이곳에서 1박 2일인지, 2박 3일인지 여름 캠프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생각해보니 30년 전이다. 많이 늙었다. ㅜ)

긴장되는 마음으로 용변을 마치고 본격적로 산에 오를 마음의 준비를 했다. 

등산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래와 같이 안내 메시지가 있다. 등산 하기 전 컨디션 체크를 해보라는 이야기다. 

 

 계곡길을 따라 몇분을 더 걸었다.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흐르니 마음도 촉촉해진다. 몇 분 더 걷다보면 세렴안전센터가 나오고 75m 직진하면 세렴폭포가 있다는 안내판을 보았으나 내려올 때 보기로 하고, 다리를 건너 사다리 병창길로 향했다. 

공포의 사다리 병창길 (사다리 병창 뜻)

 사다리병창길이 시작되자마자 과장 조금 보태서 90도에 가까운 계단이 눈 앞에 펼쳐진다. 무서운 오르막길인 것이다. 지난 해부터 해온 웨이트 트레이닝 (특히 하체 근력운동)이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다행히 초반에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 앞서 있던 사람들 모두를 추월해서 올라갔으니까. (사실 오르는 것은 그럭저럭 할만했으나 내려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사다리 병창길에 대한 안내문을 살펴보자. 바위로 된 치악산의 주 탐방로로 바위 모양이 사다리를 곤두세운 것 같다하여 '사다리병창'이라고 부른다고. '병창'은 영서지방의 방언으로 '벼랑', '절벽'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엄청나게 가파른 나무 계단과 돌계단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해가 들어오면서 숲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들
무서운 계단들

드디어 정상에 오르다

 정말 끝없이 올랐다. 평지가 나오면 반가울 정도였다. 출발한 지 약 두시간쯤되니 드디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아래 영상은 정상 직전부터 핸드폰으로 찍어본 감동의 순간!!! 

 정상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지는 않았다. 10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부부로 추정되는 커플들, 친구들끼리 온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혼자 온 50~60대 등등의 사람들이 있었다. 

 정상에 오른 나를 칭찬하고 비로봉이라고 씌여 있는 비석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한 번, 셀카 한번 ㅎ 그리고 어머니가 챙겨주신 사과와 물 등으로 에너지 보충을 했다. 

 

비로봉 미륵불탑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지. 비로봉의 미륵불탑은 용왕탑, 산신탑, 칠성탑 세개가 있다.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이라는 사람이 꿈에서 산신령을 보았는데 비로봉 정사에 3년안에 3개의 돌탑을 혼자 힘으로 쌓도록 했다고. 이에 1962년 9월부터 1964년 까지 5층으로 된 돌탑을 쌓았다고. 나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졌지만 다시 복원을 하였다고 한다.

등산하기 참 좋았던 날씨

 잠시 휴식을 취하고 허기를 채우고 풍경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서 원주 시내 전체가 무척 잘 보였고, 기업도시는 물론 저 멀리 여주로 추정되는 곳까지 보이는 듯했다. 

 

 올라오기까지 정말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왔을 때 느낄 수 있는 뿌듯함에 사람들은 등산을 하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 다시 이곳을 올라오게 될까? 아마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날을 기약하며 내려올 준비를 했다. 

 

등산보다 어려운 하산 (등산화여 안녕!)

 이전 비로봉 등산했을 때도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올 때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올라올 때 많은 힘들 썼는지 내려올 때는 이미 다리가 후들거렸다. 속도를 높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부모님 댁에서 TV를 보고 있을테고, 서두를 것이 없는데도 괜스레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왔다. 계속되는 계단의 끝에 마침내 개울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가 보였고, 사다리 병창길이 끝났다. 올라올 때 보지 않았던 세렴 폭포를 보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아담한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폭포 감상은 마치고 다시 대곡화장실에서 일을 마치고 의자에 앉았더니 이게 무슨 일인고. 비록 구매한지는 오래되었지만 (무려 13년정도?) 실제 착용은 많이 하지 않았던 등산화의 밑창이 분리되기 직전이었다. 수선 밑 자가 수리를 할 수 있는지 검색해보았지만 중론은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고. 괜히 돈만 날리고 다시 떨어지는다는 경험담이 대부분이었다. 

 

아름다운 하늘 

 다행히 걷는데는 문제가 없어 맑게 개인 하늘 아래 구룡사로 향했다. 푸른 하늘 아래 짙은 녹음과 절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면 언제나 마음은 편안해진다. 

 

 

비로봉 등산을 마치며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정도였다. 보통 비로봉 등반 소요시간이 5시 30분에서 6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오전 6시 10분쯤에 등산을 시작한 나는 조금은 빨리 다녀온 편이다. 아무래도 동행이 없다 보니 쉬는 시간도 정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갖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산이름 중간에 '악'자가 들어가면 험한 산이라고 하던데, 등산의 기준이 치악산인 내게 등산이라는 것은 쉽게 도전해 볼만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이것보다 난이도가 좀 낮다면 즐길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좀 더 크고 주말에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로봉 정상 등반, 좋은 도전이었고 뿌듯한 성취였다. 

 

추가로 예전 일산에서 자전거 탈 때 기록 많이 남겼던 relive 앱을 통해 남긴 영상도 업로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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