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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어머니의 핸드폰을 찾아서 (feat. SK텔레콤, 금대리막국수)

by 팬시남 2020. 5. 3.

 

연휴를 맞아 본가에 방문했다.

 

어머니, 아내, 아이들과 함께 치악산에 들렀다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금대리 막국수'(방문기는 나중에)로 갔다. 

맛있는 막국수와 감자전, 수육을 먹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핸드폰이 없네, 전화 좀 해봐라.”

가방이나 집 어딘가에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어머니 전화 번호를 눌렀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삐 소리가 난 후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하는 음성 메시지가 들린다. 


싸늘하다. 


 

“차에 있지 않을까요? 식당에서 핸드폰 쓰시는 건 봤는데...

나오면서 떨어지거나, 주차장에서 떨어졌으면 소리가 났을텐데 못들었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네. 전화기를 끄지는 않았는데, 벨소리도 안나고.."


바로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 문을 열고 어머니가 앉았던 조수석 의자와 그 아래 쪽을 찾아본다. 
아무 것도 없다. 

들렀던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방금 전 식사하고 간 사람인데요. 네 아이 둘하고, 어른 셋 갔었던..."
하니 바로 알아 들으신다. 
"네, 감자전하고 수육 같이드신 분이죠?"
"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저희 자리에 핸드폰 떨어진 것 못보셨나요?
"글쎄요? 지금 자리에서도 보이는데, 아무 것도 없고, 정리하면서도 못봤는데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시 찾아볼게요."

전화를 끊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핸드폰을 떨어뜨렸다면 분명히 그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다시 집으로 올라오니, 어머니께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계신다. 

 

 



휴대폰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SK텔레콤 보험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검색하여 전화를 해보니, 
맙소사, 연휴기간동안은 이 곳도 업무를 하지 않는다. 


http://www.tworld.co.kr/normal.do?serviceId=S_PROD2001&viewId=V_PROD7070&prod_id=TW00001062&uCode=u1_2

그래서 어머니께서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는 대리점에 전화해서 분실 보험 보상 관련 절차를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1. 대리점에서 분실 신고 서류를 작성하고 
2. 경찰서에 방문하여 신고를 완료하면 된다. 
3. 접수가 완료되면, 핸드폰 정가의 30% 비용을 부담하고,
사용하던 단말기와 같은 기종을 구매할 수 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 대체 핸드폰이 어디서 어떻게 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SK텔레콤 회원인 아내의 전화를 통해 단말기 위치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상담원 연결 후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였다.  
명의자인 어머니와 직접 통화가 필요하여, 어머니께서 직접 통화하셨다.

본인 확인을 위한 몇 가지 사실을 파악이 이루어졌다. (요금 납부 방법, 주소 등) 
분실된 핸드폰의 발신 정지 조치가 취해졌고, 1주일 뒤엔 수신도 불가능한 사용 중지 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 전까지 핸드폰을 찾을 수 있을까? 

전화 통화 중 마지막으로 확인되었던 단말기의 위치가 아내의 핸드폰으로 전송되었다. 

XX시 OO로 1069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보니, 식사한 식당에서 집으로 돌아는 중간에 위치한 길의 주소였다. 

집에 도착하기 전 도로라니, 이건 분명히 식당 주차장에서 떨어뜨린 핸드폰을 
식당에서 나온 누군가가 주워 나쁜 마음을 먹고, 차안에서 핸드폰 전원을 끈 것이다, 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의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다시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하지만 혹시 식당 주차장에 CCTV가 있나요?"
"아 네 있습니다."
"혹시 CCTV 좀 봐 주실 수 있을까요?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해보니, 
최종 신호가 끊긴 곳이 주차장을 나와서 시내 쪽으로 가는 도로로 확인이 되어서요. 
어머니 핸드폰인데,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전화 번호 등 중요한 정보가 많이 있어서요."
"아 네 봐드릴게요. 근데 지금 당장은 어렵고, 9시 넘어서 가능할 듯 합니다."
"네, 그럼 제가 내일 오전 중에 다시 확인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저희가 9시에 확인하면 바로 이 번호로 전화를 드릴게요."
"아 바쁘실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이 와중에 친절한 식당 직원분께 감사한 마음이 샘솟았다. 

 

몇 분전 SK텔레콤 상담원과의 통화 시, 핸드폰 보험 여부 확인을 하였는데,
유감스럽게도 어머니의 보험은 분실은 해당 사항이 없고, 파손에 대해서만 보상되는 보험이었다. 
비용 부담은 크고, 이렇게 된 이상 CCTV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주워간 사람의 차량 번호만 확인하면 될 것 같았다. 


"지금 바로 CCTV를 확인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경찰서 신고하면 바로 가능하지 않아?"
"그래도 이제 곧 6시인데, 영업하는 집에가서 그러는 건 좀 민폐같은데?"

 

우리의 잘못으로 식당의 영업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영내키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판단이 어려워, 일하고 계신 전직 경찰관인 아버지께 SOS를 쳐보기로 했다. 
근무 중이라 신호는 갔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버지는 전화 안 받으시네." 

 

그 때, 아들이 내 눈앞에 낯익은 핸드폰 하나를 내밀었다. 

"아빠, 이거 할머니 핸드폰 아니야?"

 

익숙한 핸드폰 케이스였다. 

눈을 의심한다는 표현이 진부하긴 하지만,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핸드폰 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눈 앞에 핸드폰 카메라가 있었다. 

어머니 핸드폰이 맞다, 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4~5초가 소요되었다. 

 

식당 주차장에서 핸드폰을 주운 '나쁜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어야 핸드폰이 

아들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했다. 

 

순식간에 내 가정과 확신을 뒤집어야 했다. 

"어 이거 뭐지? 어디서 났어?"
"할아버지 방에 있던데?"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어머, 내가 그걸 거기두었나 보다!!!"

손자에게 넘겨 받은 핸드폰을 보시던 어머님은 

"세상에, 핸드폰이 비행기 모드로 되어 있네..."

 

영화나 드라마의 플래시백이 내 머리에서 재생되었다.

 

식당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 조수석에 앉아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와이파이를 계속 켜놓을까?"
어머니께서 와이파이를 끈다는 것을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른 것이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기 전원이 꺼져있는 원인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퍼즐이 맞춰졌고,  한 순간 내가 의심했던 이름 모를 식당 손님에게 미안해졌다. 
즉시 식당에 전화했다. 
핸드폰을 찾았으니, CCTV를 볼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바쁘신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도 덧 붙였다. 
식당 종업원도 다행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짜증날 법도 한데, 끝까지 친절하게 응대해주심에 감사했다. 

어머니는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정지 조치를 해제하셨다. 

그리고 "너희 아버지가 전화 안받은 게 천만 다행이다. 받았으면 엄청 잔소리했을텐데."

"아들 고생 많이 했네." 하고 말씀하셨다. 

 

두 시간 동안 이루어진 완벽한 기승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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