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최영미

by 팬시남 2020. 3. 10.

만종으로 가는 KTX안에서 읽은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뚜렷하지 않지만, 좋았던 시들 (속초에서, 선운사에서 등)은 가끔 생각이 난다. 한 권의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도 있고.

기차안의 한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고,
참 시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든 굉장히 대중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시들이라는 생각이다.

시인은 어느 덧 서른을 지나,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나이 듦에도 여전히 성(性)적 특성과 욕망을 지닌 화자이다. (시적 화자가 곧 시인은 아니지만)
그저 나이든 중성으로서, 뜨거웠던 지난 날을 회고하는 것이 아닌
여전히 이성을 사랑하고 욕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최승자, 김선우와 유사하게 뜨겁지만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집에도 나와 있지만, 문단의 괴물 고은 시인의 성추행 폭로로 지난한 싸움을 했고, 결국 승소했다. 그 사건 이후로 어느 출판사에서도 시인의 시집을 내주지 않아 결국 ‘이미출판사’를 만들어 이 시집을 발간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권력이 비대화하면 얼마나 더러운 모습을 보이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인 것 같아 씁쓸하다.

빼어난 시들로 혜성처럼 문단에 등장했지만, 수려한 외모 등에 가려져 작품성은 다소 과소 평가 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 시집의 판매고가 높다니 다행이다.
언제까지나 좋은 작품들을 발표해주시길…

 

2019년 1월 5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0) 2020.03.10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0) 2020.03.10
안간힘, 유병록  (0) 2020.03.10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0) 2020.03.09
걷는 사람, 하정우  (0) 2019.0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