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으로 가는 KTX안에서 읽은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뚜렷하지 않지만, 좋았던 시들 (속초에서, 선운사에서 등)은 가끔 생각이 난다. 한 권의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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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안의 한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고,
참 시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든 굉장히 대중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시들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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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느 덧 서른을 지나,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나이 듦에도 여전히 성(性)적 특성과 욕망을 지닌 화자이다. (시적 화자가 곧 시인은 아니지만)
그저 나이든 중성으로서, 뜨거웠던 지난 날을 회고하는 것이 아닌
여전히 이성을 사랑하고 욕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최승자, 김선우와 유사하게 뜨겁지만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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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도 나와 있지만, 문단의 괴물 고은 시인의 성추행 폭로로 지난한 싸움을 했고, 결국 승소했다. 그 사건 이후로 어느 출판사에서도 시인의 시집을 내주지 않아 결국 ‘이미출판사’를 만들어 이 시집을 발간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권력이 비대화하면 얼마나 더러운 모습을 보이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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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시들로 혜성처럼 문단에 등장했지만, 수려한 외모 등에 가려져 작품성은 다소 과소 평가 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 시집의 판매고가 높다니 다행이다.
언제까지나 좋은 작품들을 발표해주시길…
2019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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