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고, 온전히 내게 의지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보듬게 된 이후로,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많이 커졌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아니라면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아픔의 종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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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서 유병록 시인의 산문집 발간 소식을 접했고, 호기심에 책 내용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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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활동으로 알게 되어, 오다가다 만나면 반가이 인사했지만, 활동 기간이 겹치진 않아 그리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였다. 시를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했고, 이내 등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락은 나누지 않아도 ‘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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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이라는 제목과 있는 힘껏 무엇인가를 밀어내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책에도 밝혔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저자는 낯가림이 없는, 서글서글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와 안간힘이라는 단어와의 연결이 어려웠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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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아들이 떠나갔고,
남아있는 아빠는 기운을 내기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치욕스럽다.
동사무소에 가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아니고, 제 아들이라며, 안간힘을 내어 이야기 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쏟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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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 위로를 건네기도 조심스러운 이 아픔.
내가 어떻게 이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작가가 책을 쓰며 아픔을 치유하였기를,
시간이 지나며 아픔이 가라 앉기를, 조금씩 희미해지기를
기원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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