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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안간힘, 유병록

by 팬시남 2020. 3. 10.

부모가 되고, 온전히 내게 의지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보듬게 된 이후로,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많이 커졌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아니라면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아픔의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유병록 시인의 산문집 발간 소식을 접했고, 호기심에 책 내용을 살펴보았다.

동아리 활동으로 알게 되어, 오다가다 만나면 반가이 인사했지만, 활동 기간이 겹치진 않아 그리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였다. 시를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했고, 이내 등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락은 나누지 않아도 ‘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안간힘’ 이라는 제목과 있는 힘껏 무엇인가를 밀어내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책에도 밝혔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저자는 낯가림이 없는, 서글서글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와 안간힘이라는 단어와의 연결이 어려웠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 진다.

갑작스레 아들이 떠나갔고,

남아있는 아빠는 기운을 내기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치욕스럽다.
동사무소에 가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아니고, 제 아들이라며, 안간힘을 내어 이야기 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쏟고야 만다.

다가가 위로를 건네기도 조심스러운 이 아픔.
내가 어떻게 이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작가가 책을 쓰며 아픔을 치유하였기를,
시간이 지나며 아픔이 가라 앉기를, 조금씩 희미해지기를
기원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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