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한 가창력과 가히 뇌쇄적인 눈빛으로 무대위를 누비던 젊은 여가수 윤영아를 아시는지. 가요프로그램을 끼고 살던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남아있다. 예전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취미 중 하나라서 생각날 때마다 그녀의 근황을 찾아보곤 했는데, '슈가맨'처럼 TV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반가운 마음에 영상을 찾아보니, 폭발적인 성량과 끼는 여전하다.
발라드는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지만, 이 정도 노래실력과 무대 감각이라면, 잘만 풀렸다면 화려한 디바의 운명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BJHTel2u6I
그랬던 그녀이기에 JTBC의 '싱어게인'에 출연한 모습이 매우 반갑다. 경연형태로 진행되는 모양이던데, 팬심을 가지고 지켜볼 예정이다. 이제 네이버 검색 프로필에도 검색되지 않는 그녀이지만 조만간 다시 검색결과에 떠오르길 기대하며.
가수 윤영아는 누구?
윤영아는 1990년 KBS 청소년 가요제에서 '오선지에 그리는 슬픔'이라는 노래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가요계에 데뷔했다. '미니데이트'는 1991년 그녀의 데뷔앨범 수록곡의 첫번째 곡이자 그녀의 유일한 히트곡이다. (미니데이트는 번안곡으로 대만영화 '늑대7'에 출연한 김옥람의 '미니악회'가 원곡이다.) '고장난 시계처럼 내버려둬' 를 후속곡으로 활동했지만 큰 반향은 없었다.
이후 1993년 Out door 를 발표하며 '고백'이라는 미디엄 템포의 곡을 냈지만 (지금 들어도 다소 어려운 노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이후 3집 A Sexy Glance를 1995년 발표했으나, 이 역시 미니데이트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표지 사진은 컨셉이 좀...)
이후 십여년이 지나 2007년, 2008년 트로트 앨범을 냈지만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화려한 무대매너와 넘치는 끼 때문에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의심할 수는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중음악 실력자들이 모이는 서울예대(당시 서울예전) 실용음악과 학생이었다. 히트하지 않은 음원들을 들어봐도 탄탄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활동 당시 그녀가 다른 가수가 차별화 되었던 것은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무대매너였다. 1990년대 초반이 한국 가요계의 르네상스 시기였다고 일컬을 수 있을만큼 개성 넘치고 역량있는 가수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윤영아의 존재는 각별했다.
TV에서 볼수 있는 강수지, 하수빈 계열의 감성적인 발라드와는 판이하게 다른 파워풀한 보컬과 자넷잭슨을 연상케하는 춤사위는 지금 봐도 넋을 놓고 보게 만든다.
JTBC 싱어게인에 출연한 윤영아는 '나는 여자 양준일'이라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양준일의 마인드와 열정을 닮은 것 같고, 그 분이 미국에서 서빙일을 한 것처럼 나 역시 마트 캐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니 그녀의 말처럼 느낌대로 춤을 추어도 너무너무 멋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닮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불렀던 노래를 지금 다시 불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던 그녀는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눈빛이 돌변하며 30년전의 무대를 복원해냈다. 격렬한 춤을 병행하며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현역 아이돌인 송민호와 선미마저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희열은 윤영아를 가르켜 슈가맨 촬영할 때 유희열씨가 이 분을 찾아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했었다고 밝혔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윤영아는 '춤춘지가 15년 정도 된 것 같다. 부담이 매우 컸다. 안무가 익숙하지 않아서 제가 춤을 추면 '왜 저래 저 아줌마' 하는 소리가 나올까봐 막 놀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역시 천상 무대 체질인 그녀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나갈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찾아온 좋을 기회를 놓치치 말고 열심히 활동하시길, 데뷔 이후 따르지 않았던 행운의 여신이 그녀에게 찾아가 마음껏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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