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에서 승리하다
LG 화학이 SK 이노베이션과 벌였던 소송에서 결국 승리하였다. 현지시간 10일 미국 ITC (국제무역위원회 : 미국 대통령 직속의 연방 준사법기관으로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시행하는 기관)는 LG에너지 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일부 제품을 '10년동안 미국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다만 포드, 폭스바겐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도록 배터리 및 관련 부품 수입을 허용한다는 유예조치도 내렸다. (포드 전기차 부품 4년, 폭스바겐 전기차 부품 2년 수입 허용)
이 결정으로 SK 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기차 시장의 중심에 있는 미국시장 진입에 문제가 생기면서 석유에서 배터리로 사업 중심이 이동되는 SK이노베이션에게 이 문제는 기업의 명운이 걸려있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소송의 발단
2019년 5월 29일 당시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미국 법인이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였다. LG화학은 이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배터리 팩, 배터리 샘플의 미국 내 전면 수입 금지를 요청하였다.
소송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을 대거로 스카웃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핵심 기술까지 훔쳐갔다는 것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핵심 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 사업본부 연구 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 걸쳐 핵심인력 76명을 스카웃해갔다고 밝혔다.
문제는 채용과정에서 입사지원서에 2차 전지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 기술 등 LG화학의 주요 영업 기밀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는 것이다. 경력직 지원자들에게 수행한 과제들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사항들을 묻고 기재하게 하였다. 항목은 아래와 같다.
- 수행과제명, 수행과제의 배경 및 목적
- 수행과제에서 다룬 기술의 현재 수준
- 개선안
- 과제수행성과
- 수행과제팀의 리더
- 본인역할
당시 SK이노베이션은 헤드헌팅을 통한 특정 인물 타겟팅 채용이 아닌 100% 공개 채용 방식에 의한 지원이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채용한 것은 아니다, 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더불어 SK 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인원 중 상당수가 대리, 과장급이기 때문에 핵심 기술이전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박했다. (이 부분은 회사 생활하는 사람입장에서 다소 의문이든다. 회사의 실무적인 일은 대리, 과장이 하지 않나? SK는 다른가? 순수한 궁금증이 인다. 대리 과장이 업무 초안을 짜고, 차장, 부장급에서 검토하고 임원 승인을 받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디테일에 가장 강한 것이 대리, 과장급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회사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도 가장 저렴하고, 내구 연한(?)도 가장 긴 장점도 있다. 글 작성인이 '대리'라 순수한 의심을 해본다 )
소송의 배경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소송의 배경에는 2018년 폭스바겐 전기차 납품용 배터리 수주 건이 있었다. 이 건은 한화로 조단위 규모로 양사 입장에서는 매우 상징적이고도 현실적인 딜이었다. 선정되는 회사 입장에서는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래였기에 배터리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이 거래에 뛰어들었다.
이미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이었기에 당시에는 누가 봐도 LG화학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었으나, 예상을 뒤엎고 SK이노베이션이 공급사로 선정되었다. 이에 LG화학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소송의 배경이라고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장했다. 이렇게 볼 때 LG화학의 소송은 과잉 대잉이라는 것이다.
LG화학도 폭스바겐 수주와 소송이 연관되어 있음을 2019년 5월 밝히긴 했다. '영업비밀 침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폭스바겐 공급 건을 비롯한 잠재적인 고객을 잃었고 이에 따른 손실은 10억달러 (한하 약 1조)를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것이다.
소송 결과
지난 2일 정세균 국무총리도 두회사가 중재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소송 비용이 수천억에 달하고, 두 회사가 싸울 경우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후 두 회사 모두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는 전달했지만 실제적으로 양사간의 의견 차이가 커서 조율이 어려웠다.
결국 ITC(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 배터리 사업은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한가지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판결 이후 6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국 무역 대표부(USTR)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미국 조지아 공장에 1조9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한 상황이이기에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고려할 가능성에 희망을 두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미국 ITC가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였으나, USTR이 이를 거부해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USTR의 거부권 행사가 인정받으려면 양사의 상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관례이다.
아래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는 LG화학(LG에너지 솔루션)이 점하고 있다. LG화학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약 22퍼센트를 점유하며 선두와 차이가 크지 않은 2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전세계 5위 수준으로 약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21/01/10 - [재테크/기업] -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준비 시작하다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의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여전히 1위는 중국의 CATL이고 일본 파나소닉이 19%의 점유율로 LG에너지 솔루션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두 회사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지만 원만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것이 소액 투자자의 바람이다. (뜬금 고백 ㅎㅎ)
양사의 입장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해 아쉬우며,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받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차질이 없도록 남은 절차를 통해 당사의 안정성 높은 배터리 품질과 미국 조지아 공장이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등 공공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강하게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 솔루션
이번 판결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가 명백히 입증되었으며, 당사의 사업 및 주주 가치를 위해 당연히 취해져야할 법적조치임이 밝혀졌다. 수십조를 투자하여 쌓아온 지적재산권을 법적으로 당당하게 보호받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고 밝혔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이 ITC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하는 계획을 마련하여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고 밝혔다.
(여전히 양사의 입장의 간극이 큰 듯 보인다. 합의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주가 전망
상세한 리포트는 뛰어난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해주실 것이고, 소견으로는 여전히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긴 하지만, 국가의 중재로 어느 정도는 합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단기간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기회를 다각도로 검토하여 투자를 고민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LG에너지 솔루션은 아직 상장이 되지 않았으므로, 어제 연휴 전 큰 하락으로 마감한 LG화학은 월요일 반등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제2의 석유라고 불리는 배터리 산업에서 우월적인 패권을 우리나라가 잡을 수 있도록 갈들이 원만히 해결되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덧) 확인을 위해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소송전 관련 FAQ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아래 내용이 눈에 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 페이지를 통해 추가적인 내용들을 확인하면 좋을 듯하다.
SK도 충분한 변론 근거가 있고, 추후 대응 방안, 주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 놓고 있다.
http://www.skinnovation.com/ir/faq.asp
덧2) 네이버에서 LG에너지 솔루션 홈페이지 검색이 되지 않는다. 아래가 홈페이지이다.
https://www.lgensol.com/kr/index#first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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