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간직한 꿈
언젠가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어머니가 사주신 계몽사 어린이 한국 전래동화와 세계 명작 동화를 재미있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역시 계몽사에서 발간된 전질로 구성된 과학 학습 만화와 사회 만화 등을 역시 반복해 읽으며 세상에 대해 자연스레 공부했다. 40권으로 구성된 위인전도 부지런히 읽었다. 초등학생 시절 나를 키운 팔할이 계몽사의 책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계몽사 책을 판매하시는 '신행순' 아주머님. 지금도 잘 계시려나) 그 책들 때문이었을까. 당시에는 별다른 노력없이 그럭저럭 상위권의 성적을 받고는 했다.
나를 바꾼 책, 스우 타운센드의 비밀일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글을 쓰는 것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글쓰기는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쓰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파란색 바탕의 외국풍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비밀일기'라는 책을 발견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내게 다소 수위 높은 이야기들이 있긴 했지만 그 이야기를 읽으며 꾸준한 글쓰기를 하는 주인공에 감화되어 나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일기를 보니 글쓰기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방학 숙제를 위해 일기를 쓴 것을 제외하고는 일기를 써 본적이 없었지만 이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일기를 썼다. 중학교 1학년~3학년 때 매일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일기를 썼다. 아주 솔직하게. 얼마전 다시 펴본 그 일기장은 정말 진도를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오그라드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이 이야기를 잘 다듬어서 소설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내 기준에서 재미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ㅎ)
계속되는 책에 대한 사랑
고등학교 시절 입시를 준비하느라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때는 학습에 대한 탈출구로 음악에 많은 애정을 기울였다. 음반 가게에서 새로 나온 테이프를 구매하였다. 집에서 가깝지 않은 음반가게에서 집으로 가며 뜯어보는 테이프들을 뜯어 보는 순간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당시 창간된 서브라는 음악잡지를 사랑했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읽어보던 그 잡지는 음악이라는 넓은 세계를 안내하는 일종의 지침서역할을 했다. 홍대 앞 인디씬의 뮤지션들, 그리고 커다란 음악적 성과를 냈지만 저평가 받았던 우리나라 뮤지션들을 되짚는 글들을 읽으며 나도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음악평론가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음악평론가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던 시절이었다.
대학교에서의 방황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준비없이 시작된 20대는 시행착오와 방황의 연속이었다. 생각보다 잘 나온 수능 점수였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가기에는 애매한 점수였다. 결국 집에서 학교를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까운 친구와 선후배들은 있었지만 끝내 학교에 애정을 붙이진 못했다. 한 동안 여전히 음악평론가로 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점점 그 꿈은 희미해져갔다. 가끔씩 잡지와 책을 사보는 것이 전부였다. 군대에 가서 정신을 차릴 때쯤에는 시집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아주 감상적인 기분일 때는 시도 쓸 수 있었다. 제대를 하고 다시 복학을 했고, 취업을 위해 달려나가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준거집단은 달라서 결국 학교를 휴학하였다.
1년뒤, 내 20대 전반을 많은 열등감으로 살게 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흔히 말하는 명문대로 학적을 옮겼고. 다시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전업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문학회에 소속되어 합평도 하고, 몰랐던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문학적으로는 많이 성장한 시기였던 것 같다. (정말 신기하게 당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작가가 되어 있다)
대학을 떠날 시기가 왔다. 취업을 위해 여전히 달리고 있지만 결정을 해야할 시기였다. 전업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직업인 기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회사를 다니면서 문학은 취미로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했다. 다소 불안정한 삶을 살기 실었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운좋게도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오게 되었고, 사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며 (모두 읽는 것과는 별개이다) 십년 넘게 생활했다. 결혼하자마자 생긴 아이는 이제 많이 자라서 스스로 놀 정도가 되었다. 지난 해부터 다소 손이 덜가게 되어 책을 읽고 무언가를 쓰는 시간이 많이 확보되고 있다.
최근 발간되는 책들을 보면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간단한 e-book부터 요즘 많이 발간되는 에세이들을 보면 이야기 하나를 완결하는 능력만 있다면 책을 낸다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이야기가 얼마나 양질의 것인지는 별개지만 말이다. 비록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읽고 생각한 것을 출력해 내는 시기가 눈 앞에 다가 온 것 같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고민이 많이 되는 요즘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굴러다녔는데, 이제는 정리를 좀 해보려 한다. 블로그에 올리는 각종 정보글로 올리는 애드센스 수익도 좋지만 그와 병행하여 나의 에세이 또는 소설을 좀 기록해보아야겠다. 내 이야기가 한권의 책이 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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