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지, 하는 생각으로 살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일에도 화내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되고 싶냐는 아내의 물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마음만으로는 도무지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을 긋고, 조건을 달고, 끊어 내는 과정이 있어야 원활하게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나의 아저씨’를 보고, 다시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다져본다. 네가 했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위로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좋았던 장면이 많았지만, 박동훈(이선균)이 이지안(아이유)에게 너를 해고할 수 없다며 이야기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나의 이익을 내세워 주장하지만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니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 라는 행간의 의도가 너무나도 잘 읽혔던 부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안 잘라! 이 나이 먹어서 나 좋아한다고 했다고 자르는 것도 유치하고, 너 자르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면 아는 척 안하고 지나갈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 안돼. 너 말고도 내 인생에 껄끄럽고 불편한 인간들 널렸어. 그 딴 인간 더는 못 만들어.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내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들어.
학교 때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애도 어쩌다 걔네 부모님 만나서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고 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게 돼. 나는 그래.
나 너네 할머니 장례식장에 갈 거고, 너 우리 엄마 장례식장에 와.
그러니까 털어. 골 부리지 말고 털어. 나도 너한테 앙금 하나 없이 송과장 김대리한테 하는 것처럼 할 테니까. 너도 그렇게 해. 사람들한테 좀 친절하게 하고.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 건 기본 아니냐? 뭐 잘났다고 여러 사람 불편하게 퉁퉁거려? 여기 뭐 너한테 죽을 죄 지은 사람 있어?
나 너 계약기간 다 채우고 나가는 거 볼거고, 딴 데서도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거야. 그래서 10년후든 20년후든 길에서 우연히 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할거야.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는 게 아니고, 반갑게 아는 척할거라고. 그렇게 하자.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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