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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34

잃어버린 어머니의 핸드폰을 찾아서 (feat. SK텔레콤, 금대리막국수) 연휴를 맞아 본가에 방문했다. 어머니, 아내, 아이들과 함께 치악산에 들렀다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금대리 막국수'(방문기는 나중에)로 갔다. 맛있는 막국수와 감자전, 수육을 먹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핸드폰이 없네, 전화 좀 해봐라.” 가방이나 집 어딘가에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어머니 전화 번호를 눌렀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삐 소리가 난 후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하는 음성 메시지가 들린다. 싸늘하다. “차에 있지 않을까요? 식당에서 핸드폰 쓰시는 건 봤는데... 나오면서 떨어지거나, 주차장에서 떨어졌으면 소리가 났을텐데 못들었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네. 전화기를 끄지는 않았는데, 벨소리도 안나고.." 바로 주차장으.. 2020. 5. 3.
십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선물같은 주말 고마웠어요."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아니 정확히 말해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난 동생 부부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연결 중' 이라는 핸드폰 액정의 글을 보면서 '누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세상에 없는 칭찬이었다. 약간의 과장을 덧붙이자면 '아찔했다.'가 맞으려나.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토요일엔 강화도에 갔었다. 동료직원 L씨의 결혼식. 서울은 이미 벚꽃이 졌는데, 강화도는 한창이었다. 구제역때문에 도로 곳곳이 어수선하긴 했지만, 사찰 한구석에서, 도로 한 구석에서 벚꽃들은 구름처럼 뭉쳐있었다. 다시 석모도에 가보고 싶어졌다. K선배와 S후배에게 약간 한탄섞인 농담을 하며 한바탕 웃었다. 이르게 도착해서 먼저 식사를 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날씨가 좋다고 뒷좌석에 앉아 .. 2020. 4. 10.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G-Shock에 대하여 스물 둘, 자대 배치 받은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이병의 손목을 떠난, 선물로 받은 G-Shock 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슬픈 사연. ⠀ 세안 후 바로 로션을 바르지 않을 때, 가장 크게 피부 손상이 일어난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듣고, 로션을 바르는데 정신이 팔려 풀어 놓았던 시계를 세면장에 두고 왔다. 시계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세면장으로 뛰어 갔을 때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 부대 안의 누군가가 가져갔을 텐데... 살면서 소유했던 가장 럭셔리한 시계가 허무하게 떠나니 속이 많이 쓰렸다. (피부 손상을 이야기 했던 친동생이 야속했고, 고참으로 추정되는 시계 도둑이 미웠다.) 입대는 너무 싫었으나, 손목에 두른 빛나는 푸른 시계 만큼은 너무 좋아 히죽 웃음을 지었었다. 평생 .. 2020. 3. 24.
친절 떡볶이 코너 끝에 있는 떡볶이집이었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 집. 불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기억날만큼 친절하지도 않았던, 그렇지만 이름은 ‘친절떡볶이’인 집이었다. ⠀ 이제는 줄서서 먹는다는 김치볶음밥 맛집인 분식집 ‘신혼부부’는 마침 휴무였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려던 찰나, 단골집이 떠올랐다. ‘그 집 그대로 있을까, 아주머니는 그대로 계실까?’ 모퉁이를 돌아 가게를 살펴 보았다. 여전히 다른 가게들 보다는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고, 다행히 아주머니는 여전히 일하고 계셨다. 무엇을 살 생각이 없었기에 지나칠 생각으로 둘러보다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머니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알은체를 하셨다. 나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김밥이나 사가자 해서 그곳으로 다시 갔다. “사장님, .. 2020. 3. 12.
너무 말고, 그냥 사랑하기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경이롭다.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들을 내 뱉는 딸, 100% 나 같은 모습인데, 나에게 찾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아들. 여전히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기에 있는 그대로 그들을 보는 것이 참 재미있다.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들 덕분에 매일 프리미어 리그 하이라이트를 챙겨보고, 매주 주말엔 어쩔 수 없이 함께 축구를 한다.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몇 없는 디자인과 사이즈 사이에서 가까스로 축구화를 주문했다. 축구 교실이 있는 수요일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며 얼마나 조바심을 내던지... 다행히 화요일 도착한 축구화를 신고 오늘 축구교실에 참석할 수 있었다. 퇴근 길 수화기 너머로 세 골을 넣었다는 흥분된 목소리가 들렸고(알고보니 4:4 소규모 축구), 집에 도착하니 리버풀이 바.. 2019. 11. 12.
방화동 국수집에서 한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서 국수를 먹었다 늦은 저녁 허기처럼 밀려오는 외로움을 피하고자 부나방처럼 불켜진 이 곳의 문을 열었다 많은 말이 오가진 않았다 주문, 계산, 인사가 고작 중년의 주인 내외도 켜져 있는 티비만 볼 뿐이었다 살얼음 떠있는 달짝지근한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어느 계절이든 싫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이 동네를 떠난 뒤에도 가끔씩 동치미 국물이 생각이 나서 아내와 일년에 두어번 들르곤 했다 얼마만일까 가게 앞의 플라스틱 의자들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문앞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 석자를 쓰고 대기 인원을 썼다 무심히 갈겨쓴 1 이라는 숫자를 보니 황망히 보낸 아내의 자리가 큰 수로 다가온다 혼자서 조용히 먹던 국수집의 고즈넉함도 마주앉아 쓸모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아내도 사라진 이 집을 다.. 2019. 11. 12.
잡지 생활 '잡지라는 업이 위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오래 되었지만, 잡지라는 매체가 주는 힘은 여전하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1~2시간의 휴식을 얻을 수 있고,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감각적인 에디터들의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좋은 책과 음악에 대한 소개도 받을 수 있고, 운이 좋다면 한 동안 뜸했던 사람들의 소식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2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잡지를 통해서 조금은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마침 관심있었던 아이템을 검색해 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잡지라는 단어가 주는, 특히 ‘잡(雜)이라는 어감의 어수선하고, 뒤섞인 느낌, 그리고 숙.. 2019. 11. 12.
길 위의 뉴요커 1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여러명의 인생을 요약한다. 뉴욕의 한인 홈리스들이 왜 지금 그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하여. 저마다 인생의 정점은 있었다. 운명처럼 불행은 그들을 덮쳤고 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술과 도박 마약을 끊지 못해서 홈리스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안타까웠던 모습은 자식을 뒷바라지한 후 치매 때문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아주머니의 사연이었다. 중독으로 자신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과 깊은 사연은 알 수 없지만 병으로 혼자 남겨진 사람의 삶이 질이 다르지 않은 상황이 서글펐다. 삶의 의지만 확실하다면 사회 생활하는데 전혀 문제 없어 보이는 보트 티켓 판매원 아저씨. 50은 넘어 보이던데, 늦깎이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있는 젊은 아내와 딸의 존재가 너무 .. 2019. 2. 6.
월요일 뭔가 진이 빠지는 월요일이었다. 업무 시간의 상당 시간을 회의에 할애하였다. 그 와중에 이렇게 블로그를 열어봤다.나도 참. 이 곳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봐야지.꾸준히 해보련다. 2019. 1. 15.
블로그 개설하다 티스토리에 새로운 둥지를 틀다. 이전 블로그가 감성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곳에는 현실에 발을 딛고 서있는 내 모습을 최대한 많이 기록해 볼 예정이다. 블로그 주소를 결정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다. 트위터 아이디 이기도 한 'brandnewshin'을 쓰려다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내 삶의 모토 중 하나인 "당신에게 귀 기울이기"의 의미에 근접하는 "focusonyou"로 낙점하였으나,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였다. 그래서 앞의 것을 생략하고 you 또는 you가 가진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인다,는 의미로 yourall 이라고 하였다. 현실을 쓸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이미 감성. ㅎ 어쨌든 이 블로그의 주소는 이렇게 결정되었다. 2012.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