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마더'를 보았다.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할 수 없지만, SF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어떤 '화두'가 내 머릿속에 던져진다.
'우리의 미래를 인간이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가?' '우수한 인간을 위해, 열등한 인간은 버려져야 하는 것인가?' 아니 '인간을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 온당한가?' 등등
이러한 복잡한 생각을 떠나서, 재미있는가 없는가로 별점을 주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줄 수 있겠다.
(추천되는 영화목록에서 한 번쯤 고려해볼만한 영화라는 말씀이다. 참고로 2019년 6월 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로 국내 극장을 통해 상영되지는 않았다.)
아래부터 줄거리 및 스포일러 포함되었으니 유의하시기 바람.
인류가 멸망한 후, 로봇의 손에 여자아이(클라라 루고르)가 길러진다. 밀폐된 우주선과 유사한 공간에서 분유를 먹고, 모니터를 통해 교육을 받고, 발레와 운동을 배우는 등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활동을 부족함 없이 하며 자란다. 이 모든 활동은 철저하게 '마더'인 로봇이 관리한다. 아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마더'가 로봇인 것이다.
평화로운 이들의 공간에 외부인인 여성(힐러리 스왱크)이 들어오게 되고, 자신도 결국 '괜찬은 인간'인지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여자 아이는 외부인 여성과 함께 우주선 밖으로 나가게 된다. 자기 외의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로 여자 아이를 꾀어 냈지만, 막상 밖에 나가보니 다른 사람은 없었다.
곧 태어나게 될 남자 동생을 만나기 위해 다시 있었던 공간으로 들어간 여자 아이는 엄마인 로봇을 총으로 쏘고, 동생을 앉은채 남아 있는 배아들의 '엄마(mother)'가 되기로 한다.
여자 아이가 로봇을 총으로 쏨으로써, '마더'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다. '마더'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여자 아이가 있는 세계를 조정하는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외부인 여성은 컨테이너에서 로봇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 내용까지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로봇 하나가 컨테이너 문을 닫는 장면까지만 보여준다.) 그녀는 여자아이 (APX03 이라는 배아의 이름을 가졌던)가 최종적으로 배아들의 엄마가 되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 주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여자 아이는 태어날 남동생을 만나기 위해 우주선 안으로 돌아갔고, 더 이상 용도가 없어진 외부인 여성은 죽음을 맞게 된다. 이 관점에서 외부인 여성은 APX01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엄마를 물리친 여자 아이의 눈빛은 돌변한다. 남동생을 가졌다는 기쁨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여자 아이는 그들의 '마더'가 된 것이다.
그리고 여자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은
여전히 건재한 여자 아이의 '마더'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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