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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중음악사

비오는 이른 새벽 자장가, 롤러코스터

by 팬시남 2020. 3. 9.

 자꾸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하는 것 같아 좀 우습지만 어쨌든 롤러코스터하면 난 6년전 겨울이 떠오른다. 아니, 그 전에 있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그러니까 내가 군에 입대하기 약 1년 전에, 누군가 내게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아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음악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은 많았기에 그런 질문으로 내 무지가 드러나면 항상 속상해 하곤 했다. 유감스럽게도 난 그 노래를 몰랐고, 그 친구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생(生)으로 <습관>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안녕~이제그만~너를 보내야지~" 딱 거기까지만 들었는데 그 상황에 적절치 않은 이상한 기운이 내 몸을 감쌌다. 아직도 그 친구의 표정과 목소리가 생생하다. 롤러코스터 음반을 구입한 후 그들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음, 새로운 감수성의 그룹이야.'하며 감탄했다. 독특한 그루브와 조원선의 매력적인 보컬이 어우러져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기던 노래들.

 

 2001년 겨울, 진주의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갔던 대구의 특기 교육 학교(?)에서 난 이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아직 불침번이 익숙하지 않았던 그 때, 불침번이 있는 날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대기 무섭게 벌떡 일어나 전투복을 입고 동계피복을 입던 그 날. 4시쯤이었나. 내가 근무를 섰던 시간이. 난 내무실 건물과 식당 건물 사이 그리고 연병장을 돌며 주위를 살피는 임무를 맡았다. 멀리 보이는 불빛과 지나가는 자동차의 움직임에 눈길을 주면서 앞으로 남은 28개월의 시간들에 막막해 하며 한 숨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음악이 들려왔다. 롤러코스터의 음악이었다. '어디서 음악이 들리는 걸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불켜진 식당이었다. 사병들이 식사를 준비하며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다. <비오는 이른 새벽 자장가>가 나오고 있었다. 왔다 갔다 하기를 멈추고, 서서 음악을 들었다. 테잎을 틀어 놓은 듯 그들의 1집 노래가 계속해서 플레이 되고 있었다. <필승공군>과 <보라매의 꿈>사이에서 그들의 노래는 내 심장을 관통했다. 내 몸은 뜨거워졌다. 아니 젖어 들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겨울 새벽의 추위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고,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야 할 까마득한 시간도 잊었던 것 같다. 그 때도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난 이 순간을, 이 노래들을 잊지 못하겠구나.'하고.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그들의 새 앨범은 계속해서 나왔고, 계속해서 그들의 앨범을 구입했지만 이러한 기억 때문인지 그들의 최고 앨범은 1집이라는 생각이 든다.(찾아 듣는 앨범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2006년 여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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