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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접속 OST를 꺼내 들으며

by 팬시남 2022. 9. 11.

두 시간 가까운 빗길 운전을 함께할 생각으로 꺼내 든 #영화접속 OST
여러번 들어서 사운드트랙에 실려있는 주인공의 대사까지 아직 기억하고 있는, 좋아했던 음반이다. 가끔씩 생각나도 멜론에 없어서 듣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CD를 꺼내보니 부클릿이 생각보다 깨끗하다.

 

 


1997년 개봉.무려 24년전 영화이다.
사운드트랙의 ‘삐삐삐삐삐’ 높낮이 있는 접속음을 들으니 저 쪽방에서 ‘너희 컴퓨터하니?’ 하며 전화기를 들고, 나와 동생을 부르는 어머니의 음성이 들릴 것 같다. 대화방에서 모르는 사람과 사심없이(!) 채팅도 해보고 누군가 써놓은 멋진 글을 읽지도 않을 거면서 #갈무리 했던 PC통신 시절 ㅎㅎ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나이만 먹은 것 같다.

황현산 교수님의 트윗 모음집인 #내가모르는것이참많다 에서도 가장 공감한 글 중 하나는 아래 글이다.

‘내가 살면서 제일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하다가’

시간은 흐르고 몸의 기능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데, 나는 어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조금의 지혜라는 것이 생겼을까? 아들과 딸을 대하는 나를 보면 나이든 아빠인데, 정신은 여전히 소년인채로 나이만 든 것 같은.

 

2021년 7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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