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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

by 팬시남 2022. 7. 28.

문학을 읽는 시간  

 

며칠 사이 몇 권의 소설을 읽었다.  문학 책을 읽을 시간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간 주식 관련 책과 유튜브를 보느라 문학 도서 읽기에 소홀했던 생각이 났다. (어리석은 일임을 알지만)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나 역시 관심이 급격하게 줄더라.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부분의 개미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클라라와 태양을 읽게 된 계기 

 아마 잡지였을 것이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던 차에 흥미롭게 '클라라와 태양'을 소개해 놓은 글이 있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마침 이 책 직전에 읽은 김영하 작가의 신작 '작별인사' 가 AI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고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작별인사'를 끝내자 마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읽게 되었다.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는?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이름 때문에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부모님은 일본 사람이지만) 1954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에 영국으로 이주한 후 줄곧 영국에서 살아온 영국인이다. 영국의 켄트주 캔터베리 소재의 켄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역시 영국의 노퍽주 노리치에 위치하고 있는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은 2015/2016년 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 상위 1%에 들기도 한 학업성취도가 높은 대학이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하여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고, 1986년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같은 작품으로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89년에는 영국 귀족의 집사의 시점으로 2차 대전 직전의 유럽의 모습을 그린 '남아있는 나날'을 발표하였다. 이 소설로 부커상을 수상하였다. 1995년에는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2000년에는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발표하였다. 2005년에는 복제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나를 보내지마'로 타임이 선정하는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2017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에 이미 민음사에서 많은 작품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가장 큰 수혜자로 회자되기도 (민음사 유튜브 참고) 

 

참고로 아래는 가즈오 이시구로에 대한 짧은 소개 (재미있다)

 

https://youtu.be/2qdIt3stuZc

 

클라라와 태양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 에이에프라고 불리는 AI로봇은 전자제품처럼 로드숍에 전시되어 누군가 자신들을 구매해 가기를 기다린다. 최신형 로봇은 아니지만 그들이 갖지 못한 관찰하고 배우는 능력이 남다른 주인공 클라라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여자 아이 조시와 운명적으로 만나고 그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이에프라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있어 친구 같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저 집에 있는 전자 제품 같은 이미지로 그려진다. 조시의 건강과 컨디션에 따라 사람들은 클라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하기도 하고, 존재감 없는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로봇 클라라와 함께 소설의 제목을 이루는 '태양'은 클라라가 믿는 전능한 '힘'이다. 조시의 건강이 점점 안좋아질 때 클라라는 모든 힘을 다해 태양에게 기도한다. 과연 클라라의 기도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클라라의 희망은 세상을 알지 못하는 클라라의 근거 없는 바람 아니었을까. 

행복하지만 씁쓸한 결말  (스포일러 주의)

 이야기는 결국 조시의 가족과 조시의 친구 릭이 원하는 결말로 끝이 난다. 클라라의 최선을 다한 기도가 결국 이루어진 것이다.  몇 년이 지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느 덧 클라라보다 훌쩍 커버린 조시에게 클라라는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조시가 필요할 때면 조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클라라는 조시의 주위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조시가 대학 진학을 위해 클라라를 떠날 때 클라라도  조시도 이것이 둘의 마지막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만은 살아 있는 클라라는 어느 야적장에 있다. 아마도 더 이상 클라라가 필요 없게 된 조시의 어머니가 클라라를 버렸을 것이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매니저에게 조시를 도와줄 수 있어 아주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클라라가 왜 이리 안쓰럽게 느껴지던지. 자신을 구매해준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국에는 버려진 로봇이 인간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주변의 상황과 상대방의 감정을 오히려 인간보다 잘 고려하는 로봇이 이렇게 버려진다는 것이 슬프고도 안타깝게 다가왔다. 

 

인상적인 구절 

클라라 너한테  새 조시를 훈련하라는 게 아니야. 조시가 되라고 하는 거야. 저 위에 있는 조시는. 너도 알아차렸겠지만 속이 비어 있어. 그날이 오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네가 조시에 대한 모든 지식을 지닌 채로 저 위에 있는 조시 안에 들어가기를 바라." 306p

너는 조시가 될 거고 나는 너를 평생 그 무엇보다 사랑할 거야.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 줘.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할게. 나를 위해서 조시를 계속 이어 가 줘. 313p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320p

말씀하신 마음이요. 내가 말했다. 그게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이 아주 많은 집하고 비슷할 것 같아요.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에이에프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이 방들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차례로 신중하게 연구해서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321p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에게 계속 찾고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시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결정한 대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4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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