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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미드만큼이나 흡인력 강했던 책이었다. ⠀⠀⠀⠀⠀⠀⠀⠀⠀⠀⠀⠀⠀⠀⠀⠀⠀ 힐빌리(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였던 저자가 어떻게 그 속에서 살아남아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주류 사회로 들어왔는가에 대한 체험담이다. ⠀⠀⠀⠀⠀⠀⠀⠀⠀⠀⠀⠀⠀⠀⠀⠀⠀ 빌게이츠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이 책에 대해 극찬한 이유는 이 책이 단순히 ‘개천에서 용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백인 노동 계층의 현실을 어느 르포나 다큐멘터리보다 처절하게 현실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 저자는 마약 중독자인 엄마, 적응할만하면 바뀌어 버리는 아빠들 때문에 성장 과정 중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척이나 다혈질이긴 해도 의지할만한 조부모.. 2020. 3. 10.
그해, 여름 손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난 해 여름, 내 트위터 타임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원작 소설 그 해, 여름 손님을 읽다. ⠀ 실용서적들을 읽다가 감정의 결을 따르는 책을 읽노라니, 쉽지는 않았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 영화를 통해, 이 사랑의 결말은 알고 있었지만, 주인공의 내면과 아름다운 여름 날의 풍경 묘사는 책이 더 좋았다. ⠀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엘리오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지만, 소설은 그 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소년은 평생 그 여름 날의 사랑을 잊지 않는다. ⠀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충고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빠르게 치유되는 것을 거부한다. 가슴이 닳아 버리게 두지 않는 것이다. 어떤 부모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 세심함. 관대함. 솔직함이.. 2020. 3. 10.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무라카미류 휴가 때 읽을 요량으로 구매했는데 워낙 분량도 작고, 내용도 무겁지 않아 휴가 시작 전 다 읽었다. ⠀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별로였다. 간만에 별로인 책을 만난듯 ㅎ. 쇼핑, 특히 옷 쇼핑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는데, 본인의 패션 취향 또는 철학에 대해 고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여기저기서 셔츠를 ‘구매’한 이야기만 하니 통 재미가 없었다. 축구선수 나카타 이야기는 왜 이리 자주 나오던지. ⠀ 차라리 후반부의 몇몇 나라에 머물면서 겪은 이야기들 (서울 명동에 머물며 먹은 음식이야기나, 호텔이야기 등)이 재미있었다. ⠀ 이 책 읽고 있는데 영 별로 라는 내 말에 “그럼 읽지 마. 나도 전에 함소아에서 손오공 책 읽다가 재미 없어서 안 읽었어.” 하는 아들의 조언을 들은 것이 이 책을 .. 2020. 3. 10.
시골카페에서 경영을 찾다, 다카이 나오유키 책제목에 이끌려 출간 때부터 읽어 봐야지 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대여하여 읽었다. ⠀ 일본의 시골에서 시작한 사자커피 (sazacoffee)가 어떻게 일본의 전국민이 아는 유명한 커피 체인이 되었는지, 그 경영의 비결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 일본 작은 시골에 매장 하나를 가지고 있는 커피가게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농장을 인수하여 커피를 공급받는 등 상상하지 못한 시도를 하고, 경매를 통해 엄청나게 비싼 원두를 낙찰받아 손해를 보면서까지 커피를 판매하는 그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 나름 업계 주변부에 있어서 그런지 이러한 시도들이 이제는 많이들 하는 것들이라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커피에 대한 진정성이었다. 사업의 시작부터 50년이 지난 커.. 2020. 3. 10.
김현철 30주년 콘서트, 돛 좋아하는 뮤지션 리스트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현철이형의 공연에 다녀오다. ⠀ 13년만에 앨범이 발매 되어 팬으로서 좋았는데, 공연 이야기를 듣고, 언제 기회가 있을까 싶어 예매했다. (주말 저녁 시간 외유를 허락해준 아내에게 감사) ⠀ 공연 전 사람들의 연령대를 보니, 나는 중간보다 살짝 아래의 위치 ㅎ, 가수와 함께 나이드는 팬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누나들로 추정되는 팬클럽들의 뜨거운 호응도 흥미로웠다. ⠀ 워낙에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가수라 세션들도 화려하고, 앨범에 참여한 보컬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게스트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고 갔는데, 좋아하는 가수 죠지가 나와서 좋았고, (‘디깅클럽서울’ 기획에서 ‘오랜만에’를 리메이크했고, 이번 앨범에서 ‘Drive’ 도 함께 부름) ⠀ 이번 앨범 타이틀을.. 2020. 3. 10.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휴가에서 일상으로, 무리 없는 복귀를 위해 선택한 책. 잡지에 연재된 글을 묶은 것이라 그런지 가벼운 읽을 거리 정도의 느낌 두 구절 정도 기억에 남는다 1. 이런 저런 해석이나 분석 없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볼 수 있기에 여행자를 꿈꾼다. 2. 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을 정면으로 바라 보는데 여행의 목적이 있다. 2019년 여름 읽다. 2020. 3. 10.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분량은 많지 않지만, 많은 것을 느꼈던 책. ⠀ 보통 책의 편집자는 저자 뒤에 숨어 보이지 않지만, 저자 #미노와고스케 는 달랐다. 자신이 만든 책을 판매하기 위해 sns로 홍보하고, 이를 인플루언서가 언급하자 판매가 급증한다. 어떻게 하면 인플루언서들이 내가 만든 책에 대해 이야기하게 할까, 고민하다 “내가 인플루언서가 되면 되잖아.”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 결국 대형서점에 작가가 아닌 편집자 이름을 내건 코너가 만들어질 정도로 저자가 만든 책들은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저자도 유명인이 된다. ⠀ 무모하리만치 열정으로 가득한 저자의 스토리가 흥미롭기도 했고, 참고할만한 아이디어도 많았다. ⠀ 결국 책에 있는 이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되지 않을까. “개체로서 욕망과 편애를 드러내라. 이러쿵 저러쿵.. 2020. 3. 10.
안간힘, 유병록 부모가 되고, 온전히 내게 의지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보듬게 된 이후로,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많이 커졌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아니라면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아픔의 종류가 있는 것 같다. ⠀ 인터넷 서점에서 유병록 시인의 산문집 발간 소식을 접했고, 호기심에 책 내용을 살펴보았다. ⠀ 동아리 활동으로 알게 되어, 오다가다 만나면 반가이 인사했지만, 활동 기간이 겹치진 않아 그리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였다. 시를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했고, 이내 등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락은 나누지 않아도 ‘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안간힘’ 이라는 제목과 있는 힘껏 무엇인가를 밀어내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책에도 밝혔지만, 내가 .. 2020. 3. 10.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최영미 만종으로 가는 KTX안에서 읽은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뚜렷하지 않지만, 좋았던 시들 (속초에서, 선운사에서 등)은 가끔 생각이 난다. 한 권의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도 있고. ⠀ 기차안의 한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고, 참 시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든 굉장히 대중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시들이라는 생각이다. ⠀ 시인은 어느 덧 서른을 지나,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나이 듦에도 여전히 성(性)적 특성과 욕망을 지닌 화자이다. (시적 화자가 곧 시인은 아니지만) 그저 나이든 중성으로서, 뜨거웠던 지난 날을 회고하는 것이 아닌 여전히 이성을 사랑하고 욕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최승자.. 2020. 3. 10.
When October goes, Barry Manilow 이 노래 한 번 못듣고, 변변치 않은 메모 하나 남기지 못하고 10월을 그냥 보냈다. 언제나, 10월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 10월은 그 기억들을 저 편에 떼어두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해매다 10월이면 생각나는 날짜가 있었다. 원주 집의 아파트 단지를 나오면 걷게 되는 아파트 담벼락. 10월 말이 되면 담벼락 아래에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뒹군다. 그 나뭇잎을 밟으며, 점퍼의 지퍼를 잠그지 않고 손을 넣고 한참을 걸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벌써 10여년이 지난 이야기라니. 일찍 집에 와서 티비를 트니 하수빈이 나온다. 실은 6학년 때 하수빈 스티커 구입한 적 있었는데, 넥스트가 당시 HOME 앨범 냈을 때였는데, 맙소사 넥스트 스티커도 얼추 비슷한 시기에 산 것 같다. 이야기하다가 샜.. 2020. 3. 10.
Hero was here 출근 길에 그의 부고를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누군가의 팬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사람도 그가 처음이었다. 그의 죽음에 이렇게 슬퍼지는 건 단순히 그를 뮤지션으로서 좋아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 중 그를 좋아했던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사춘기 시절, 그의 음악은 미래에 대해 그리고 삶의 이유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던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보기 드문 존재였다. '매니 가이즈 얼웨이즈 텔링 어 라이'를 한글로 받아써서 따라 불렀고, 을 들으며 와닿지도 않는'노후연금, 사회보장 아마 변할 수도 있겠지만' 구절을 흥얼거리기도 했고, 장엄하게 시작되는 의 전주를 들으며 정체 모를 외로움에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 2020. 3. 9.
양화대교, 자이언티 출근 길, 지하철에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듣다가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다. 어렸을 적 택시기사셨던 아버지의 모습도 생각나고, 새벽에 일어나시거나 들어오셔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토스트를 드시던 모습도 생각나고, 잠결에 그 모습을 멀뚱멀뚱 보던 기억이 노래듣는 와중에 뮤직비디오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점심드시러 오셔서 같은 일을 하던 누구를 봤네. 어떤 일이 있었네 하며 어머니와 이야기나누시던 모습도 생각나고, 단칸방에 네 식구가 모여 살 때 아랫목에 있었던 따뜻한 밥이 담긴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도 생각났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구김살 없이 살 수 있었던 건 그 시간들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충실하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문득 내가 이 노래를 듣고 이렇게 감정이 흔들리는 건 내 무의식 저편에 따뜻한 아버지의 애정.. 2020. 3. 9.